얼음과 험한 지형 때문에 조사선이 가까이 가기 어려운 바다에서도 일각고래는 이동하고 잠수합니다. 연구진은 이 고래 여섯 마리에 센서를 달아 그린란드 동부 피오르드의 바닷물 자료를 얻었습니다. 고래의 특별한 능력을 새로 발견한 이야기보다는, 평소 이동을 관측의 기회로 활용한 연구입니다.

조사선이 닿기 어려운 피오르드

9월 5일 지디넷코리아가 소개한 연구의 무대는 그린란드 동부 스코어스비 사운드 일대입니다. 피오르드는 빙하가 깎아 만든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찬 길고 깊은 만을 말합니다. 해안 안쪽으로 이어지는 이 수역에서는 바닷물의 상태를 고르게 관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코펜하겐대학교는 8월 27일 연구 소개에서 해빙과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조사선이 드물게 가거나 도달하지 못하는 곳의 자료를 일각고래가 확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에게 필요한 것은 같은 해역의 기록을 단순히 더 많이 모으는 일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비어 있던 장소와 깊이의 관측을 채우는 데도 가치가 있습니다.

수온·염도·깊이를 함께 읽는 센서

고래에 부착한 장비는 CTD 센서입니다. CTD는 전기전도도, 수온, 깊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은 이름입니다. 미국 해양대기청의 설명에 따르면 전기전도도는 물이 전기를 얼마나 잘 통하게 하는지를 나타내며, 바닷물의 짠 정도인 염도와 관련됩니다. 깊이는 센서가 측정한 압력을 바탕으로 구합니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깊이별로 놓으면 수면의 온도 한 개보다 입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깊이에서 물이 더 따뜻한지, 염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수직 방향 상태를 기록한 이런 자료를 해양 관측 ‘프로파일’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연구에서 일각고래의 역할은 센서를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물속까지 운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기록을 정리하고 과거 자료와 비교해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연구진이 맡았습니다. 고래가 특정 결과를 찾아오도록 지시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3년의 연구 기간과 개체별 측정 기간

대학 안내에 따르면 센서는 2017~2020년 사이 2,060개의 해양 관측 프로파일을 수집했습니다. 개체별 부착 기간은 85~332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여섯 마리 모두에 장비를 3년 내내 달고 있었다고 읽으면 관측 조건이 달라집니다.

자료를 모은 시점과 소식이 소개된 시점도 다릅니다. 이번 국내 보도는 2026년 9월이지만, 안내된 일각고래 측정은 그보다 앞서 이뤄졌습니다. 연구진은 이 기록을 세계해양데이터베이스에 쌓인 과거 해양 자료와 결합해 분석했습니다. 새로 확보한 자료와 오래된 관측을 함께 놓아 변화를 비교한 셈입니다.

빙하 앞까지 들어온 대서양 해수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차가운 극지방 물과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염분이 높은 대서양 기원 물의 분포입니다. 대학은 분석 결과 대서양 해수층이 두꺼워지고 위쪽 극지방 해수층은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뜻한 물이 해안에서 수백 킬로미터 안쪽의 빙하 앞 깊은 수역까지 도달한다는 내용도 제시했습니다.

이런 변화를 ‘대서양화’라고 부릅니다. 대서양에서 온 바닷물의 영향이 해당 수역에서 더 뚜렷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연구진은 이 물이 빙하 앞에 열을 전달해 물속에서의 얼음 녹음을 돕고, 빙하가 얼음을 잃는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빙하 예측에 보태는 관측 자료

이 연구를 북극 전체의 바다를 빠짐없이 조사한 결과로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일각고래가 이동한 지역과 센서가 기록한 기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연구입니다. 특정 빙하가 언제 사라지는지, 우리나라 해수면이 얼마나 높아지는지에 대한 수치를 이 보도에서 새로 계산할 수도 없습니다.

대학은 관측 자료가 앞으로 빙하가 녹는 양을 추정하는 기후 모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소식에서 기억할 대목은 접근하기 어려운 바다에도 측정해야 할 정보가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일각고래의 이동은 그 빈칸 일부를 채웠고, 과거 기록과 함께 놓았을 때 빙하 주변 바닷물의 변화를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했습니다.